고깃국
누구라도 어떤 특정한 음식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있을텐데…내게도 그런 특별한 음식이 있다. 바로 고깃국이다.
어렸을 때 나는 밥먹을 때 책을 가져다 놓고 보는 습관이 있었는데(지금도 신문은 가끔 읽곤 한다), 이때 주로 읽던 책은 주로 ‘전기‘였다. 그때 읽은 책 내용 가운데 슈바이처 박사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는 그 안에 있는 음식과 관련된 일화 때문이다. 그 책 앞부분, 그러니까 슈바이처 박사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억으로 옮겨보면 슈바이처는 어렸을 때 몸이 허약했는데, 늘 몸집이 크고 힘센 아이들한테 당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슈바이처는 그 집이 부유해서 아이들이 항상 고깃국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슈바이처는 어머니를 졸라 어려운 형편임에도 고깃국을 먹고 결국 나중에는 힘센 아이를 이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고깃국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낸 이야길수도 있겠고 각색된 부분도 있겠지만, 밥상 앞에서 책을 읽던 나에게는 이것이 마치 뽀빠이의 시금치처럼 정의로운 음식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도 고깃국을 먹을 때면 이 이야기와 내 어린시절이 겹쳐져 더 맛있게 느껴지고 기운이 들어차는 거 같다. 그리고 어머니가 해주는 고깃국을 먹으면 내가 그 마치 그때의 슈바이처가 된 기분마저 든다.
오늘 식당에서 고깃국이 나왔는데 오랜만에 국을 참 맛있게 먹었다. 일부러 고기도 좀 많이 담아왔는데, 역시나 예전의 슈바이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니, 생각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오늘도 여느때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었겠지만. 힘이 생겨, 힘이 생겨…이런 생각하면서.
그런데 식당 앞쪽에 켜져 있던 TV에서는 계속해서 ‘나쁜 소’ 이야기만 나오고 있었다. 난 그냥 맛있는 고깃국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TV를 보다보니 맛이 갑자기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언젠가는 나의 추억이 담긴 이 고깃국마저 잊혀지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다. 이건 내겐 단지 맛있는 음식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어머니, 슈바이처가 함께 있는 내 기억의 한켠이 같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곧 집에 내려가는데 어머니한테 다시 고깃국을 끓여달라고 졸라야겠다.
- 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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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어떤 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기억들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좀더 적절한 표현을 하자면, \'침투\'하여 \'파괴\'하는) 정부 정책... 이라면 그것만으로도 고민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요. 2008.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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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ci\'s me2DAY
고깃국 (가즈랑): 정치는 먼 곳에 있지 않고, 일상 속에 있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집행하는 어떤 정치 행위가 그 국가에서 사는 어떤 개인의 지켜져야 마땅할 추억과 기억을 적극적으로 파괴... 2008.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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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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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그냥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거죠.
서글픕니다. 2008.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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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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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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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