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ngest Journey

2007. 09. 14.

사라져가는 것들은 대개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는 것이 많다. 그런데 거기엔 딱히 무슨 이유가 있는 거 같진 않다. 대신, 이것은 삶의 체험이 가르쳐주는 여러 교훈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게임 장르 가운데에선 어드벤쳐 장르가 내게는 아름다운 기억을 많이 남겨줬다.

어드벤쳐 게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만한 게임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극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어서 게임 본연의 ‘재미‘에 몰입하게 하는 장르다. 하지만 지금은 즐기는 사람이 거의 없고(나를 포함해서) 그러다보니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임 타이틀 수도 무척 적다. 어떤 면에서, 심장이 없는 수요공급법칙은 종종 그리움의 감정을 실제보다 더 크게 만들어버린다.

여러 타이틀 중에도 The Longest Journey(TLJ)은 내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게임 내내 들리는 OST도 너무 좋았고, 엔딩을 본 몇 안되는 어드벤쳐 게임이다. TLJ의 주인공은 독특하게도 사춘기 소녀인 18살의 April이고,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여기엔 그녀의 가족사와 관련한 이유가 있다)

어드벤쳐 게임은 보통 대사가 많은 편인데, TLJ는 그중에서도 최고의 분량을 자랑한다. 대부분 매 장면마다 April이 내뱉는 독백들이긴 하지만, 그 대사를 읽는 건 전혀 지루하지 않다.(영화 대본과도 같은 생생한 말투, 그리고 무엇보다 잘 된 한글화 덕분이다.) TLJ에 대한 한글 리뷰는 Post Adventure사이트에 실려있다. 대본의 한글화도 이곳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작품이다.

많은 어드벤쳐 게임 애호가들은 이 게임에 아주 높은 평점을 주고 있고 나도 대체로 거기에 공감한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April의 얼굴…굉장히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때로는 몰입에 방해요소가 되기도 했다. 배경은 그처럼 아름답게 그렸는데, 왜 주인공의 얼굴은 이렇게 묘사했는지 굉장히 아쉽다.(예쁘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만 했어도 불만이 없을 텐데.)

링크한 곡은 게임의 끝자락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Epilogue. 가장 기억에 남는다. OST를 따로 판매하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이 곡을 포함한 모든 곡을 TLJ 공식 사이트에서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가즈랑

The Longest Journey & 대화들

  1. 나중에 기억해두었다가 한번 해보고 싶네요. : )
    그로테스크하다는 주인공의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도 궁금하구요.
    전 그로테스크를 \'호의적\'인 어감으로 많이 사용해서 묘한 매력 정도로 해석했는데, 바로 이어지는 문장을 읽으니 그런 건 아닌것 같고.. ^ ^;

    종종 게임으로 머리를 식히시는 것도, 게임에 중독되지만 않는다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임 그 자체의 매력은 정말 점점 더 지배적인 \'문화\'적 양식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가능성을 보면서도, 한편으론.. 좀 우려가 되기도 하고.. 2007. 09. 14.
  2. 흐흐.. 마릴린 맨슨 닮았죠..

    저는 옛날 씨에라나 루카스 아츠의 어드벤처를 무쟈게 열심히 했었는데..
    요즘은 어드벤처 게임이 거의 안 나와서.. 2007. 09. 14.
  3.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많이 나질 않네요. 어쩌다가 COTA 하는 정도라서요. 그보다는 오히려 제가 했던 게임들을 블로그에 적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April의 얼굴이 박스에 있는 정도로만 나왔으면 \'묘한 매력\'이 있다고 얘기했을 겁니다. 3D로 사람 얼굴을 표현하는 기술이 이 당시(2000)엔 좀 힘들었나봐요. 그래도 그렇지..-_-;;

    게임 문화(?)에 대한 우려는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부모들이 어찌할 수 있는 통제 밖으로 나가버린 것 같고. 몇몇 프로게이머들이 스타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면서 이제 이것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새로운 분야에서의 스타탄생은 저도 반갑지만, 이 게임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중독성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2007. 09. 14.
  4. 듣고 보니 정말 마릴린 맨슨도 닮았네요. ㅎㅎ

    저도 많은 것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시에라 루카스 아츠 들어보니 몇몇 게임이 떠오르네요. 두 회사 모두 어드벤쳐 명가 아니겠습니까 ^ ^;

    시에라에서 나온 것은 에코 퀘스트가 기억에 남고(이건 한슬이가 배워도 될만한 환경 교육 어드벤쳐에요. 매뉴얼에 지구 살리기 방법이 빼곡히 적혀 있었죠.) 루카스 아츠껄로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가 생각납니다. Last Crusade라는 부제를 가졌던 것은 제 인생 최고의 게임 가운데 하나죠. 컬러 모니터가 보여주는 화려한 장면들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제게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2007. 09. 14.
  5. 저도 PC용 어드벤처 게임을 참 좋아했습니다. 저 역시 펄님처럼 시에라사나 루카스아츠사의 게임을 특히 좋아했지요. 친구들과 어설픈 공략집까지 만들어가며 엔딩을 보았던 게임이었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나 Another World가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특히 요즘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가 19년만에 네번째 이야기로 나온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있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그리고 해리슨 포드가 다시 뭉친 모습을 늘 상상만 하곤 했거든요. 숀 코네리까지 나오게 되면 정말 감동의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아, 또 흥분하고 있네요. ^^ 오랜만에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향수에 젖어 봅니다. 2007. 09. 14.
  6. #

    duoh5log

    아.. 이런 글 보면 게임하고 싶어져요.
    참아야 하느니.. 헐 후다닥 -==333 2007. 09. 14.
  7. 재밌을 듯 하군요. 요즘은 피시로는 간간히 에뮬이나 돌리고 있지만요. ^ ^;
    여담이지만 제가 가장 재밌게 한(아니 감동을 먹어가며 한) 어드밴처 게임(아니 모든 게임을 통틀어서도)은 이코랍니다. 2007. 09. 14.
  8. 저 게임은 못해봤네요.
    저주받은 호러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명작(?) 중 하나로 \'(이상한 나라의)엘리스\'가 있었죠. 정말이지 그 아스트랄한 세계관에 경악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2007. 09. 14.
  9. Another World! 이것도 굉장한 게임이었죠. 기존에 나왔던 게임들과는 세계관 자체가 달랐고, 그 부드러운 몸의 움직임은 감동적이었어요.

    인디애나 존스 새 영화가 나오나 보네요. 영화도 최후의 성전 편이 너무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 시리즈 꼭 보고 말 겁니다.^ ^ 2007. 09. 15.
  10. 리눅스에서도 ScummVM으로 원숭이섬 시리즈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여전히 즐길 수 있죠..^ ^; (한글판도 돼요~) 2007. 09. 15.
  11. 이코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니 PS용으로 나왔던 게임이군요. ICO에 대해서 위키피디아와 유투브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도 있고요. 매니아들이 많아 보이는 게임이라고 느꼈습니다. 항상 손잡고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

    잠깐 본 플레이 동영상과 트레일러만으로도, 뭔가 굉장히 감동적인 요소가 많아 보이네요.. 2007. 09. 15.
  12. Alice..칼들고 있는 앨리스 말씀하시는 거겠죠? 이것 나왔을 때에는 한참 맥을 쓰고 있었는데 맥용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직접 해본적은 없는데 앨리스가 칼들고 난자하는 모습이 쉽게 이해되진 않았습니다. 호러 액션 장르여서 그렇게 묘사되었나 보네요. 저는 그 장르에서는 언다잉(Undying)이라는 것을 잠깐 해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오래는 못했습니다. :0 2007. 0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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