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의 공간

2008. 03. 12.

며칠전, 알고 지내던 한 블로거의 집에 들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원래 집까지 가려고 만났던 것은 아닌데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예정에 없던 일이라 좀 폐가 되는 일이었지만. 그런데 저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하지만 그 나이차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 살고 있는 곳이 궁금하기도 하고…솔직히 그런 마음은 있었습니다.

더불어, 그곳에서 꼭 보고 싶었던 것은 시집 <고통의 축제>였습니다. 책이 좀 낡고 오래된 것이었지만, 요즘 새로 깔끔하게 나오는 신간보다 더 ‘있어’ 보이더라고요. :) 평소 시집을 잘 읽지 않는 저로서는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한 권, 두 권이 참 소중합니다. 저도 오가는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가져왔던 제가 좋아하는 시집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도 보여드렸습니다. 첫번째로 수록된 동명의 시에 나온 ‘응앙응앙‘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셨습니다. 아 이건 저도 너무 좋아합니다. 아이가 우는 것인지, 당나귀가 우는 것인지 아니면 나타샤를 앞에 두고선 아이처럼 ‘웃을’ 수밖에 없는 화자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말이죠.

여긴 다른 곳보다 하늘에 더 가까운 집이고, 또 그리 크진 않은 공간입니다. 밤이었고 또 조명이 밝진 않아서 꽤 어두웠지만, 그 어둠은 무서운 어둠이 아니고 정겨운 어둠이라고 느꼈습니다. 음악을 듣기에도 좋은 곳이고, 술을 마시기에도 참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밤에 밖에서는 별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하아..

여기에서 흘러나오는 글은 많은 분들이 읽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중의 한사람이고요. 블로기즘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영역에만 가두기엔 정말 관심 영역이 넓고…개인적으론 그 영역 밖의 글들도 참 좋아합니다. 특히 영화에 관한 글들이나, 예전에 썼던 글들이 그렇습니다. 영화에 관한 글들에선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심정이 담겨있음이… 읽노라면 와닿습니다. 마감과 일거리에 치여사는 종이평론(가)들에겐 느낄 수 없는 그런 따뜻한 기억들 말이죠. 그리고 예전에 적은 글들 가운데 ‘연애에 관한 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글 목록을 거슬러 읽어 올라가고 싶은 글들이 많은 이유는, 어느 정도는 이 작고 어두운 공간 덕분인 거 같기도 합니다. :)

켜져 있는 컴퓨터 곁에서 어떤 글들이 쓰여지고 있는지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관심있는 북마크들도 볼 수 있었고요. 저로선 남들이 어떻게 블로깅하는지 처음 본 셈이네요. 블로깅이란 가장 개인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말이죠.

즐거움이 가득했던 그곳을, 다음에도 또 볼 수 있기를. :)

- 가즈랑

블로거의 공간 & 대화들

  1. 수필같은 블로그 오딧세이네요. ^ ^
    좋으셨겠습니다. 열정적이고 영혼이 맑은 분이죠. 2008. 03. 12.
  2. 두 분이 참 좋은 시간 보내셨구만요. 별을 보며 좋은 사람과 책과 음악을!! 거기에 술 한 잔이면 더 부러울 것이 없구만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가즈랑님 집에 오면 훈훈하구만요.

    언제 저도 함 끼워주세요~ 흐흐 2008. 03. 12.
  3. 너바나나님처럼 저도 이곳의 훈훈한 분위기가 좋아요^^ 가즈랑님의 차분한 글들 더 자주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08. 03. 12.
  4.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 2008. 03. 12.
  5. 아거 // \'영혼이 맑은\'이라는 표현이 좋네요..잘 어울립니다. ^ ^;

    너바나나 // 좋은 시간이었는데, 좀 짧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다음에는 \'진로포도주\'를 곁들인 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필유 // 훈훈하다는 말씀이 듣기 좋으면서도,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아닌 사람이라 내심찔리기도 합니다;;

    이정일 // 글보다는 답글들 덕분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2008. 03. 13.
  6. 가즈랑님 글에는 소박함과 따뜻함이 묻어납니다.뭐랄까요.추억하는 글 같기도 하고...그래서 늘 자주는 못오지만 다녀갈때마다 훈훈함을 느낍니다.^^

    백석시인 이야길 잠깐 하셨는데 안그래도 제가 요즘 간간이 읽고 있는데...이번에 정본으로 나온게 있어서 구입을 했거든요.언제 포스팅해야지하고있었거든요.백석 시 좋아하시는 분들 의외로 참 많은 것 같아요.^_^

    암튼 간만에 들러 (맨날 이말을 하는 듯하지만^^;;;하하~ㅎ)좀 더 읽다 갈께요.그럼 좋은 날 되세요.^^ 2008. 03. 14.
  7. 저와 함께한 기억을 이렇게 아름답게 붙잡아 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진로포도주도 함께.. : ) 2008. 03. 15.
  8. 필그레이 // 백석의 시집이 최근(이라고 해도 몇년전이지만)에 새롭게 나왔습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새롭게 낸 것인데 커버도 두꺼워지고, 사진 자료도 좀더 들어간 책이더라고요. 저는 예전에 나온 걸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지금은 더 좋지만...새것도 하나 갖고 싶긴 해요. 그런데 백석은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 제가 좋아한다고 해도 그리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 ^

    민노씨 // 거리가 멀다보니 항상 돌아가는 교통편 걱정이 ㅎㅎ 다음에는 점심때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2008. 03. 15.
  9. 두 분이 고마 크로스를 하셨구만요.
    저도 훔쳐보고 싶단 마음이 슬쩍 동하네요. ^ ^; 2008. 03. 16.
  10.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는 백석의 새로운 시집이 나오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어쩐지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양장본으로 나온 백석의 시집을 갖고 있는데, 역시 좋은 시가 많다 싶어요.

    그나저나, 너무 오랜만에 글 남기고 가요^^;;;;;
    가끔 놀러오곤 했는데, 잘 지내셨지요? 2008. 03. 17.
  11. 히치하이커 // 솔직히 두명 이상이 오면 좀 좁게 느껴질 만한 곳이지만, 같이 와 자셔도 좋습니다. ^ ^;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좀더 궁금하기도 합니다. 요즘 개강하고 또 봄이라 바쁘실텐데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무피리 // 양장본으로 만난 분들이 훨씬 많을 거지만, 백석을 사랑하게 되는 첫 만남은 사실 어떤 책이든 상관 없지 않나 싶네요. 저도 참고서 한귀퉁이에 실렸던 그의 시를 보고서 구입했으니까요. 아..저도 나무피리님 블로그 훔쳐보기만 했지 답글 하나 남기질 못했네요.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 2008. 03. 18.
  12. 짝사랑...

    0. 문득 문득 난 왜 블로깅하나... 느끼는 즈음에 종종 은근한 격려를 주는 블로거가 있다. 이 글은 그 블로거가 쓴 글 중에 있는, 연애에 관한 글이 좋더라, 라는 구절 때문에 쓰는 글이다. 나 ... 2008. 03. 22.
  13. 가즈랑님 너무 오랜만이네요. ㅎㅎ

    민노씨.네서 건너와서는 기분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2008. 03. 25.
  14. 쿨짹 // 정말 오랜만에 들러주셨네요. 그런데 제가 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_-;; 요즘 제가 다른 분들 블로그도 잘 들르지 못해서 이렇게 답글을 달아주시면 괜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민노씨 블로그 덕분에 오셨다니 그래도 기쁘네요. 기분좋은 만남이었으니까요~ 2008. 03. 26.
  15. 저도 민노씨를 블로그에서 종종 걸음하는데요. 오늘 마침 회사에서 민노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민노씨를 참 좋아하는데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버리는 그 정직한 허무주의가 좋았습니다. 2008. 03. 28.
  16. egoing // 좋아하지만 항상 염려되는 면도 있습니다. 이른바 유명인에 기대어 어떻게든 해보려는 것 아니냐 하는 비난들 말이죠(괜한 걱정인가요?ㅎㅎ). 다행히 저는 메타블로그에 글을 발행하고 있지 않으니 아직은 안심입니다. 그나저나 egoing님처럼 짧고 울림을 주는 글들을 보니 저도 그렇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능력이 안되니) 생각만 듭니다;;; 2008.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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