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그리고 현각스님

2007. 08. 13.

지난 주부터 며칠 동안 밥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배가 사르르 아프고 그래서 병원엘 들렀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장이 탈났다며 배를 따뜻하게 하고, 기름지고 찬 음식을 주의하라고 하시더군요. 주사도 맞고, 간 김에 치료 겸 해서 링거도 맞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장이 약한데도 식탐이 많아서 매 여름마다 이렇게 연례행사처럼 병원엘 갑니다. 이번에 아주 고생하면서 앞으로는 소식과 절제를 생각하면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장이 약해지니, 사람이 기운이 없어지고 아주 힘듭니다.(제일 큰 고통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못 먹는다는 거지요. ^ ^;)

덕분에 링거 맞는 동안 병실에서 한 두시간 가량 누워서 쉴 수 있었는데,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현각 스님의 강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현각스님은 학생 때 미국에서 숭산스님의 설법을 듣고 불교에 귀의하신 분으로 알려져있죠.) 종교 채널을 관심있게 본 적은 없었는데, 현각스님의 이야기는 처음인지라 한번 들어봤습니다. 현각스님은 무척 진지하고도 설득력있는 말투로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호주머니에 큰 돈을 가지고 있는데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주 인상적인 비유였지요.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지 남이 대신해주길 기대하면 안된다고도 말했고요. 스스로의 힘으로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말을 무릎을 치며 여러번 반복했는데, 그 이야기가 제겐 굉장히 신선하게 들렸습니다. (글로써 그 여운을 옮길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런데 깨달음의 가능성이 모든이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불교의 핵심개념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결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죠. 하지만 이처럼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일지라도 다른 크기의 울림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성직자의 능력입니다. 여러 종교가 있고 많은 수의 성직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교리야 어떻든 주요 종교는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은 어느 ‘-이즘’ 의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즘을 대표하는 얼굴들을 보고 판단한다고 말이죠.

비슷한 맥락에서 각 종교의 성직자들 얼굴과 행동을 보면, 그 종교에 대해 호감이 가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TV에서 본 현각스님의 얼굴은 마치 숙제를 다 끝낸 듯한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곁에 있다면 그 평화로운 기운이 전해져올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천주교의 영향 아래에 있는 사람이지만, 현각스님의 작은 가르침을 안고서 편안한 느낌을 가지고 병실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 가즈랑

병원 그리고 현각스님 & 대화들

  1. 저는 인탐이 있습니다 ^^ 좋은 사람이나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사람은 무조건 사귀고 싶은. 가즈랑님의 글을 보니 (물론 이제까지 만난 분들 중 좋은 성직자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정말 멋지고 훌륭하신 분이다!\" 라는 성직자분을 뵙고 가르침을 받고 싶어지네요. 2007. 08. 13.
  2. 이미지는 쉽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또 그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도 때론 달리지기 마련이지만... 가즈랑님 글을 읽으니 지금 만큼은 크게 공감됩니다.

    무슨 교회 목사님 설교 동영상을 오늘 아침에 봤는데요. 떡이떡이님 블로그였던 것 같습니다. 유명하신 분이라는데,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고, 남북 정상회담하면, 그래서 화해분위기 조성되면, 미국 몰아내는 것이고, 1천만 기독교도 죽이는 것이라고, 정부에서 말하는 건 \'허위 광고\'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표정이 얼마나 소름 끼치던지요...
    정말 무섭더군요, 그 분 말씀..

    물론 한편으론, 참 놀고 있네, 이러기도 했지만요. ㅎㅎ 2007. 08. 14.
  3. 말씀하신 동영상은 저도 봤습니다. 같은 블로그였고요. 그리 놀라지 않았습니다만,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기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솔직한 희망일 수 있지만, 신에게 그런 소원을 요구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죠.

    이미지에 대한 불안은 저도 항상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제 블로그만 봐도 제가 적고 있지만, 이것이 제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 ^; 물론 전체를 위해 의미있게 존재하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논평 감사합니다. 2007. 08. 15.
  4. 좋은 성직자..를 찾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모두 훌륭하다고 하는 종교지도자의 모습을 보고서 크게 실망한 적이 많았거든요. 신의 유무와 관련없이 현실 공동체 안에서만큼은 진실된 면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반면교사의 역할은 제대로 해주겠네요.^ ^;

    현각스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첫인상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제 좁은 생각으로는 적어도 그렇습니다. 2007. 08. 15.
  5. 우선 아프지 않으셔야겠어요. :) 저도 많이 먹으면 탈 나는 스타일인데, 식탐을 못 참고... -_-;; 더불어 몸짱은 멀기만 하고요. :)

    종교 이야기는 참으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주제인데, 무교인 제 입장에서는 제게 \'참 이 사람 본 받고 싶다.\'라는 느낌을 주는 종교인들은 좋아한답니다. 따로 포교나 선교 등을 하지 않더라도 조용히 더 큰 영향을 주는 방법이겠지요.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아무튼, 건강하세요. 2007. 08. 15.
  6. 의사선생님 말씀이 장이 쉬질 못해서 탈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그즈음 해서 스트레스 받느라 이것저것 먹었던 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요즘 비도 오고 하니 밖에서 걷지도 못하고 운동에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종교 이야기는 저도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여기 오시는 분들께서 어떤 이야기를 하셔도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듣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 ^; (저는 천주교 세례를 받았지만, 인간적 예수에 공감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2007. 08. 15.
  7.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여름철에 날도 더운데 몸까지 아프면 그만한 고통이 없는 것 같습니다.

    TV속에 나오는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 솔직히 제겐 굉장히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그 분들의 인상에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닙나다만, 그저 종교 지도자들이 대중 매체를 통해 그들의 교세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달갑게 보이진 않는다는 느낌이랄까요?

    어쩌면 정치적 중립을 가장한 무차별 다수에 대한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2007. 08. 16.
  8.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음식만 먹으라는 처방을 받았는데, 지금은 아주 기름진 것 말고는 잘 소화되네요.^ ^; 몸이 원하는 정도만 먹고, 적은 듯 먹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건강하신 분들이라도 날씨가 더우니 음식 문제는 늘 염두에 두는 게 좋을 듯합니다.

    종교에 대한 제 느낌은 jef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자란 것이 제게는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서 입장을 정하기는 참 어렵네요..^ ^; 2007. 08. 16.
  9. 건강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군요. 저도 가즈랑님처럼 장이 시원찮아서 여름마다 각별히 조심을 한답니다. 저는 더울수록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지요. 좀 덥기는 합니다만 먹는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수할 수 있지요.=)

    현각스님이라.. 저에게 참 많은 화두를 주신 분이 아닌가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포스팅을 해볼 주제 중 하나이지요. 그 때 꼭 트랙백 날리겠습니다. ^^ 2007. 08. 18.
  10. 이런 체질이 생각보다 많다고 하네요. 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그런 듯 하고요. 사실 저도 병원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여름이니 그러려니 했지 딱히 병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모두 건강한 장을 위해 노력하자고요^ ^;

    덧) 현각스님에게 많은 화두를 받았다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포스팅하시면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7.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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