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쑥쓰럽게도 몇권 안되는 내 책읽기의 틀 안에도 참 좋아하는 책이 한권 있다. 책의 제목은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다.1 글쓴이 위치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란 이름이 붙어있지만 실은 그는 글을 써서 책을 낸 적이 없다. 다만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누군가 테잎으로 남겼고 또 책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나같으면 공중으로 흩어지는 그 대화들을 내 이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이 얼마나 컸을까 싶은데…왜 웹에 켜켜이 기록을 남기고 있는 블로거들도 책으로까지 그 생명을 이어가려고 하는 욕심이 있지 않은가. 날아가버리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그런 글보다는 잉크로 꾹 눌러담은 종이 위에서 되려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권위에 대한 강한 반발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역자인 ‘정현종‘의 말처럼,
너무 있기 때문에 있는 흔적조차 없다.
하지만 이 말을 처음 봤을 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문장이다. 조금은 이해했다고 여기는 지금도 정형종의 이해와 나의 이해는 아마 몇갈래 길 차이가 날 것이다. 그래도 같은 곳을 향하고는 있겠다 위로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두려움은 크리슈나무르티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을 ‘오해‘하는 상황이었다. 잘못 이해한 감동이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이 책은 어떤 ‘지식‘을 담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의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의 반복과 강조에 지나지 않아 보였고 책의 들어섬과 나감도 또한 진부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잘못 알았는지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의 말들 속에 나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류의 책에게 기대하는 어떤 ‘높은 차원‘의 선문답들.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읽었기 때문에 사실 이 책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어떤 답을 주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어떤 문제들을 그냥 알려줄 뿐이다. 그는 아주 긴 호흡으로, 활자로 된 말로 조목조목 사람들이 어떤 문제들로 고민하고 슬퍼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 아는 문제들을 잔소리처럼 반복하는 것이 지겨운 것이고 되려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슬프다는 것이 뭔지, 정말 사랑한다는 것이 뭔지 잘 알고 있는 걸까. 잘 알것만 같던 그런 문제들이 책을 읽다보면 희미해진다. 그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그런 문제들을 진정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사람에겐 슬픔이 없고 상실이 없고, 분노가 없고 불안이 없다.
언제나 과거로 향하고만 마는 속성을 지닌, 우리 머릿속 생각이 그런 감정을 불러온다고 한다. 책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생각에 빠지지 않고 한발짝 물러서 그 녀석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 이런 방법은 나와있지 않다. 몸을 혹사시키며 하는 고행은 오히려 생각의 늪에 빠지게 한다고 하니 이마저도 할 수 없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을 지켜볼 수 있는지는 몇가지 말하고 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뱀을 봤을 때 그 뱀만 바라보며 몰입하는 총명한 순간, 그리고 노을 짙은 황혼을 만나는 것처럼 사랑이 다가오는 그 순간에 우리는 생각을 지켜볼 수 있다. 혹은 빛이 가득 들어오는 달리는 버스안에서도 진정한 관찰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우리 삶은 고민들로 가득차 있고 또 우리는 그것의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언제나 그런 문제는 쌓이기만 할뿐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문제의 상황을 잘 지켜보기만 해도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느낀다. 어쩌면 그동안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마도 이것이 크리슈나무르티가 사람들에게 주고자 했던 ‘자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너무 있기 때문에 흔적조차 없다.
1 민노씨의 글-2008년에 읽은 책 1.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에 이어서 적음
- 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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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가즈랑님의 이 글은 세 번째 읽는데, 읽을 때마다 어떻게 답글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을만큼 점점 더 좋아지는군요.
지두의 말(로 된 글)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그의 말은 어떤 답을 주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어떤 문제들을 그냥 알려줄 뿐이다.” 이 구절에 눈길에 오래 갔는데, 지금은 “노을 짙은 황혼을 만나는 것처럼 사랑이 다가오는 그 순간“이라는 구절에 눈길이 머무네요…
추.
2009. 02. 1.앗, 없었던 각주가 생겼네요.
이렇게 반가운 일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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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민노씨 // 바통을 받았는데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걸 염두에 두고 썼던 건 아닌데 이렇게 연결된 것을 보면 신기하고요. 크리슈나무르티의 동영상을 유투브에서 보면서 다시 생각이 난 탓도 있습니다. 한번쯤 그의 동영상을 보시는 건 어떨지요. 책 안의 말들을 그의 육성으로 들으니 더 많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2009. 02. 1.#
krishu
허용이 된다면 나름대로 적어 보겟 읍니다.k실 시간으로 k를 대면 하기쉬운 길은 그의 글을 볼때 다른 것은 되도록 뒤로 젳혀 놓고 정말 반가운 사람을 만나듯이 그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그의 진면목을 하나 하나 보여주고 그아름다움은 짐작을 벗어난 한 없이 이어지는 사랑의 속삭임 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그 첫 만남은 두근거리는 세계로 당신의 전체를 당기는…..첫 걸음을 안내하는 친절함입니다. krishu.2009,2.10
2009. 02. 10.#
krishu
krishu 자신이 진리,사랑에 다가 갈 때 세상은 더 빨리 좋아지고 우리 인생이 더 아름다워 진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 가능 할까.
k[크리슈나무르티]의 읽을 때 이해력을 높혀 주는 바탕이 될수도 있는 것들을 나름대로 간 혹 적어 보 겠다. 어림잡아 20년 가까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본 적이 적지 않았으니 k의 글을 읽은 사람,번역한 사람,번역할 사람에게, 그리고 진심으로 k를 알고자 하나 헷갈릴 수도 있는사람,그 읽은 세월의 느낌,종착역이궁금한 사람에게 참조가 되고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 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2009. 02. 13.내 생각#
krishu
krishu 컴퓨터 사용방법도 모르고 글의 앞,뒤 문맥도 어울리 지 않고,너무 모자란 점이 많지만,이런 사람에게도 k는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2009. 02. 13.생각 1.k의 책을 보면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놔 두고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 이해되는 부분을 볼 것 . 2.그 다음 글도 낯설게 여겨 지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태도에서 일단 통과한 것을 알것. 3.그래도 전진하고자 하는 사람은 k의 글중 자연에 대해 묘사한 글이 담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부드럽게 머리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파수를 k에게 맞출 것. 4. 이해하기 어려울 시 풍경묘사가 많은 명상일기나 마지막 일기 ..등을 먼저 주로 읽을 것. 그 다음 다른 부분을 만 날 것. 5.k의 진면목을 만나고자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성경,불경,노자,현인들의 글 등….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택해 보며 그들이 간절히 전하고자 한 바를 진심으로 감사하며 본 후에 다시,다시,…. 이어k를 홀로 대면 할 것.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적어 보… 더이상은 능력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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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krishu // 답이 늦었네요. 남겨주신 내용 잘 읽었습니다. 실은 그간 제 블로그에 와주신 분들과는 좀 다른 느낌의 글들이라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2009. 02. 14.#
베라
안녕하세요.
이 책은 예전에 읽었는데, 얼마전 한번 더 접했습니다.
그때 읽을 때나 다시 읽을 때나 지두의 깊이는 넓은 넓은 대양과 같아
마음놓고 두려움 없이 헤엄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현종님이 70년도에 접한 책을 2002년경에 책으로 낸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많은 감사를 느끼며, 세상에 깨달은 분들이 많아서
세상이 결국에는 사랑으로 평화로울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가즈랑님의 서평도 글쓰시는 분 답게 아주 고와서 감사드립니다.
2010. 01. 14.#
가즈랑
베라 // 반갑습니다. 저도 이 책이 참으로 고마운 사람 중에 한명인데, 반면에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더군요. 저도 처음엔 내용이 어려워 보여서 읽지 못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힘든 상황에 닥치니 그 내용들이 고스란히 이해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또 읽을 때마다 느낌도 많이 다른 거 같네요.
2010. 0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