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pedia를 어느 정도 믿어야 할까요.

2007. 04. 11.

자주 들르는 Periskop님의 블로그에 위키피디아의 신뢰성 문제를 다룬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어느 네이버 블로거가 일반인들의 잘못된 지식을 지적한 글을 썼는데, 이 글이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위키피디아의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동부전선에서 사용된 ‘열차포(railway guns)‘입니다. 열차포는 열차에 탑재해 이동하고 발사한다는 독특한 특징, 무엇보다 80cm에 이르는 거대한 포의 구경으로 이름을 날린 대포입니다. 논의의 초점은 Gustav라는 시리즈명칭과 Dora라는 애칭, 이것을 동일한 포로 보느냐 각기 다른 포로 보느냐였습니다.

그러나 독일군 무기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영어권 저작을 100% 신뢰하는건 옳지 않다. 사실 어떤 자료건 비판적 고찰이야 필요하다. 필자는 언젠가 느시사냥(Trappenjagd) 작전에 뒤이어 세바스토폴 전투, 즉 철갑상어낚시 작전을 다뤄 보려고 몇 년 동안 당시 활약한 포병부대 자료들을 이것저것 수집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접한 보다 튼실한 원사료에 기반한 독일 저작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 Periskop

Periskop님께서는 다른 언어권의 역사에 대한 영문 자료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권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객관성면에서 더욱 믿을만한) 독일어 사료를 기반으로 살펴본 Periskop님의 결론은 위키피디아의 내용과 달랐습니다. 역시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제가 보기에 좀더 정확한 사실은 Periskop님의 의견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느 연구자료가 그렇듯, 백과사전의 미덕도 내용의 정확성이겠지요. 내용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없다면 다음과 같은 윤종수 님의 지적은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다른 저작물과는 달리 지식의 가치는 그 객관적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껏 찾은 지식의 품질이 시원치 않으면 그 지식은 물론 전체 위키 백과의 활용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진짜배기 전문가는 위키피디아 기여에 관심이 부족해 보이고(오프라인 저작에 더 관심을 갖겠지요), 전문가의 반열에 오른 아마추어들이 오히려 위키피디아에 많이 관심을 갖고 기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마추어리즘의 열정이 전문가를 능가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아거님이 지적한 것처럼

1) 개인적 공헌이 다른 동료들의 공헌과 명확히 구분되는 상황 (즉 자신의 크레딧이 인정되는 경우)

이 아닌 위키피디아에서 진짜배기 전문가들의 기여는 여전히 기대하기 힘들거나 그들의 사회적 태만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어 보입니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위키피디아가 여기까지 이뤄놓은 성과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 보이고 있으니까요. Cleanup, NPOV Dispute 기능들이 추가되는 것이 예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기능들이 전문가들의 직업정신을 자극해서 기여를 유도하고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위키피디아도 엄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백과사전(-pedia)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Wikipedia가 ‘개방성‘이라는 장점으로 이러한 신뢰성 논란을 극복하면서 그 어떤 페이퍼 백과사전보다 더 빠르게 완전함에 접근해가리라고 생각합니다.

- 가즈랑

Wikipedia를 어느 정도 믿어야 할까요. & 대화들

  1. 확실히 역사나 문화 관련된 부분은 해당 항목을 작성한 사람이 어느 정보를 참고로 했는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부족하고, 그래서 dispute 도 자주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어디에서도 동일한 정보를 참고하게 되는 과학분야 같은 경우엔 전 거의 100% 믿고 있는 편입니다.
    이렇게 풀어놓고보면, 문제는 위키피디아의 신뢰성이 아니라 해당하는 정보 자체의 신뢰성일 수도 있겠네요. 100명 중에 100명이 모두 동의하는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부터가 어려우니까요 =) 2007. 04. 11.
  2. #

    가즈랑

    100명이 모두 동의하는 역사적 사실이란 게 어렵다는 말씀이 와닿네요. 하긴 오프라인 지면논쟁을 통해 주장을 펴는 것도 결론이 나기 힘든 마당이니..^^;

    저는 dispute가 걸린 글을 참 많이 봤습니다. 역사 쪽, 그리고 갈등이 깊을 수밖에 없는 전쟁사쪽을 주로 봐와서 그런 듯 싶습니다. 2007. 04. 12.
  3.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선 아무리 다수가 그렇다고 해도, 정말 신뢰할만한 권위가 있다면 그걸 받아들이는 게 맞겠지요. 물론 신뢰할만한 권위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요. ^ ^; 2007. 04. 12.
  4. 위키피디아의 원죄(原罪)...

    가즈랑님이 트랙백 보낸 “위키피디어를 얼마나 믿어야 할까요?“에 대해 간략지 제 생각을 올립니다. 일단 저는 위키피디아를 좋아하지만 위키피디아를 믿지는 않는다는 것을 밝히며... 2007. 04. 12.
  5. 맹자가 공자의 스승으로 둔갑할 수도 있는 문제죠. 2007. 04. 12.
  6. \"그런면에서 저는 Wikipedia가 ‘개방성’이라는 장점으로 이러한 신뢰성 논란을 극복하면서 그 어떤 페이퍼 백과사전보다 더 빠르게 완전함에 접근해가리라고 생각합니다\"

    글의 마지막이 참 강건하면서, 또 인상적입니다. : ) 2007. 04. 12.
  7. #

    가즈랑

    히치하이커님 //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일자 일간지에 위키피디아의 신뢰성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위키피디아를 시작했던 Larry Sanger은 지금은 익명 필자를 엄격히 통제할 수 있는 Citizendium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다수의 의견으로 접근해간다고 해도, 히치하이커님 말씀처럼 \'권위\'있는 필자의 말은 큰 힘을 가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dcafe님 // 달아주신 말 속에 여러 뜻이 담겨 있네요. 맹자와 공자가 주체를 가리키는 말이 될 수도 있겠고,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는 \'무질서\' 상태를 말할 수도 있는. 저는 거기에 한가지 더 보태고 싶습니다. 맹자와 공자가 (직접) 말한 적 없는 이야기들도 사람들은 꾸며내길 좋아한다.^^

    민노씨 // 설사 조금은 오류가 있다고 해도, 심각한 문제만 아니라면 위키피디아는 제가 가장 빠르게 펼쳐볼 수 있는 사전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특히나 인터넷 앞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HyperText가 되지 않는 페이퍼 백과사전은 너무 무거우면서도 또 한편 너무 작습니다. 2007. 04. 13.
  8. 본문에 인용된 글 중에 링크가 하나 죽어 있네요. 내용이 궁금했는데, 아쉽습니다. 그 링크는 이것입니다.
    http://www.zdnet.co.kr/itbiz/column/anchor/iwillbe/0,39033556,39150151,00.htm

    2010. 07. 23.
  9. 위키피디아를 믿을 수 없어서 시티즌디움을 만들고, 그리고 또 다른 데서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들고, 왜 그래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웹 접근성도 높아지고 콘텐츠량도 많이 늘어나 있으니만큼, 서로가 가진 자료를 자유로이 나눠 볼 수 있도록 정보공유를 허용하는 라이선스만 잘 활용한다면, 굳이 여럿이 모여 티격태격하며 얼굴 붉힐 일이 끊이지 않는 위키피디아에 가서 콘텐츠를 찾는 것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쾌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2010.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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