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날개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해 슬프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이번 사고의 KF-16이 속한 20전투비행단은 제가 근무했던 곳이라서 더 마음을 함께합니다. 이번 사고로 순직하신 두 조종사분은 제가 제대하고 나서 새로 오셔서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그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제가 있던 2002년 즈음 조종사분들 중엔 민간항공사로 가기 위해 전역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지원만 하면 쉽게 민항기 조종사가 될 수 있었던 그전과는 달리 경쟁률이 치열해서 탈락하신 분도 계실 정도였습니다. 전역하시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아이들 교육문제와 경제적 이유 말고도 종종 일어나는 이런 ‘사고‘의 위험성도 분명 있을 겁니다. (물론 대다수는 일생을 전투기 조종사로 남고 싶어하시지만.)
위험하고, 힘든 그들의 하루하루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조종사들의 얼굴에는 헬멧으로 깊게 눌린 자국이 선명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비행중에 중력과 벌이는 사투는 고통 그 자체이고요. 비행대대에 놀러가서 본 AVTR테잎(조종석의 상황과 데이터를 녹화한 테입)에는 비행기가 기동할 때마다 숨을 가쁘게 내쉬는 조종사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본 것이 후회될 정도였습니다. 저는 지상에서의 멋진 모습보다 전투기 조종사의 진짜 모습이 좀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F-16은 사고가 왜 이렇게 많은지…‘잔디밭 Dart‘라는 오명은 어서 벗어내야 할텐데.
- 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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