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X과 한글사용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koTeX
koTeX, 그리고 LaTeX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정보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고, 링크해놓은 PDF문서들이 그 역할을 하겠네요. 이 글은 처음 LaTeX을 알게 해준 deli님, 그리고 KTUG개발자분들께 드리는 글입니다.
1. 처음
처음 LaTeX(보통 ‘레이텍‘이라 발음)이란 것을 듣고 또 사용해보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땐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이것저것 보고서를 쓸 일이 많아서, 글쓰기 좋은 워드프로세서를 찾던 중이었다. 맥용 한글이 출시되어 있는 지금과는 달리 당시 OS X(10.2, Jaguar)에서는 AppleWorks(지금은 사라진)와 MS Word가 그나마 선택 가능한 응용프로그램이었는데, 둘다 너무 단순했고 애착을 가질만한 도구는 아니었다. 그나마 기능이 많았던 MS 의 오피스군들은 한글 사용에 문제가 좀 있어서 사용하기가 껄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아무리 운영체제가 좋아도 이렇게 쓸만한 응용프로그램이 없을 때는 참 답답하다. 물론 그때는 OS 9에서 OS X으로의 이주가 완전하지 않았던 시기라서 그렇긴 했지만.
2. 만남
그때 활동하던 애플포럼(AppleForum)에서 쓸만한 워드프로세서를 찾던 중에, 우연히 LaTeX이라는 문서 식자 프로그램(Document TypeSetting System)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도구로 논문을 작성하던 어느 분이 질문을 올렸는데 그에 대한 답글을 주욱 읽어보니 바로 이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가장 매력적으로 들린 이야기는 ‘내용과 형식의 분리‘였다. 하지만 화면에서 보이는 대로(WYSIWYG) 글을 입력하고 수정하는데 익숙한 나한테는 ‘내용‘과 ‘형식‘의 분리를 철저히 강조하는 LaTeX의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사실 LaTeX으로 글을 써내려간다는 것은 퍽 기계중심적인 측면이 있다. 갖가지 명령어들과 내용으로 뒤섞인 한편의 plain text 파일을 작성하는 글쓰기의 모습이 그렇다. 그 복잡한 문서를 LaTeX으로 실행하면 놀랄만큼 깔끔하고 보기좋은 PDF 문서가 된다는 것은 프로그래머들에게는 흥미있는 놀이일지 몰라도, 처음 접하는 내게 그것은 글쓰기라기보다는 암호작성에 가까웠다.
3. 도움, 그리고 결과물들
학교에서 가끔 뵙던 애플포럼의 deli님께서 LaTeX에 관련된 이야기와 조언을 참 많이 주셨다. LaTeX이란 도구의 의미에 대해서 잘 알려주셨고, 관련된 책도 몇권 빌려주셔서(LaTeX Companion) 보다가 모르면 질문도 하고. 그리고 한편으론 KTUG에서 한글로 번역한 LaTeX 입문용 PDF파일들을 출력해서 글을 쓸 때 항상 참고하곤 했다. 나는 글을 쓰는 내용에만 집중하면 되고, 복잡한 서식문제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핵심을 이해하기까지는 그래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느정도 감을 잡은 뒤부터는 제출해야 할 보고서가 있으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LaTeX 문서로 작성해서 맘에 들때까지 몇번이고 수정하면서 실행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림과 목차, 색인이 포함된 좀 부피가 있는 팀 보고서였다. LaTeX이 그림의 부제와 그림 목차, 색인까지 모두 알아서 처리해주니 작성하는데 힘도 덜 들었고, 결과물은 무척 깔끔했다. 아마도 MS Word로 했다면 굉장히 크기도 커지고, 수정할 때마다 번거로움과 복잡함이 커졌겠지.
4. 한글 LaTeX…이제는 koTeX으로.
2003년엔 LaTeX에서 한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은광희님이 만든 HLaTeX라는 패키지를 사용했다. 번거로운 작업 없이도 한글이 사용가능했기 때문에 편리했지만, 입력 글자가 EUC-KR 한글의 범위를 넘어가는 경우에는 HLaTeX가 처리할 수 없었다.(예. 커피숖, 똠방각하) 오랫동안 UTF-8영역의 한글까지도 지원하려는 시도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물은 김도현 교수님의 dhucs로 나타났다. 이 패키지가 나오면서 사실상 한글표현과 관련된 제약이 대부분 사라졌고, 처리속도에서도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예전 HLaTeX을 사용하던 분들에게 익숙한 WinEdt라는 편집기가 UTF-8 입력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dhucs로 빠른 이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것은 그만큼 HLaTeX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KTUG은 개발을 거듭해 주요 패키지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는 KC2006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았고, 얼마전(8월 30일)에는 KC2007을 선보였다. KC2007이 의미있는 것은 이제껏 쓰였던 dhucs를 다듬고 HLaTeX까지 포함한 명실상부한 새로운 세대의 한글 TeX 처리기인 koTeX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새로운 한글 LaTeX 시스템이 오랜 산고 끝에 나온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서다.(2009. 10. 1 수정 : KC2008)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지금까지 LaTeX은 이공계 쪽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는데 반해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쓰이는 경우가 무척이나 드물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거다. LaTeX이 이공계에서 필요로하는 수식처리에 강하다는 점도 있겠지만, 사실 사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인문 과학분야에서는 학술논문로 아래한글 포맷만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사학과 교수님께 PDF로 된 파일을 보냈다가 한 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LaTeX이 본격적인 글쓰기 도구로서 갖는 가치는 써본 사람들은 다 인정한다. LaTeX Companion 책도 이 조판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LaTeX으로 구성된 글은 보기가 편하고, 신뢰가 간다. 많은 전공 원서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단단해 보이는 것도 LaTeX 덕분이다. 곁눈질로만 배운 LaTeX이라서 남에게 권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무릅쓰고) 이 조판 시스템을 익히고 사용했으면 좋겠다.(보통 이런 도구를 잘 쓰는 분들은 남보고 쓰라고 적극적으로 권하질 않으신다.) MS의 Word나 Apple의 Pages같은 말랑말랑한 워드프로세서가 각광받는 시대이긴 하지만 LaTeX이 차지할 영역은 분명히 남아 있다. koTeX이 LaTeX에서 한글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길.
[관련 한글 PDF문서 링크]
koTeX 한글 PDF문서(한글 LaTeX의 바이블)
KC2007 처음사용자 안내
추가. [LaTeX으로 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몇가지]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작성 기능(Beamer)
간단한 그림 그리기(PSTricks)
악보 작성기능(PDF)
- 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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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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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참고로 TeX을 만든 사람은 D. Knuth교수(추종자들은 Wizard라 부르죠)입니다.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TAOCP)이라는 놀라운 책을 펴낸 사람이죠. 이 책도 TeX으로 만들어졌습니다.(정확히는 이 책을 쓰기 위해 TeX을 제작했다고 하네요) Knuth 교수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7. 0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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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oh5log
여기 숨은 고수가 계신 줄 몰랐네요. :-) 2007. 0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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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그리고 리눅스를 배웠던 이유도 단지 리눅스에서도 LaTeX이 된다는 이유였어요. 뭐 거창한 워드프로세서 없어도 이거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현실에선 독점 포맷 문서가 너무 많아서 오래 쓰질 못하겠어요. ㅎㅎ 듀얼 부팅을 잘 공부해서(ThinkPad에는 복구영역이라고 하는 골치아픈 파티션 영역이 있어서 실패한 적이 있어요) 리눅스를 메인으로 사용해야 하는데..그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2007. 0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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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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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하지만 격식을 차린 보고서들(위에 링크한 모든 PDF는 LaTeX으로 작성되었습니다)의 경우에는 LaTeX을 사용하면 안정감 있는 중형차에 탄 느낌입니다. ^ ^ 2007. 0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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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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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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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여물
언제고 저도…………….
레이텍… 으로 문서 다운 문서를 작성해보고싶네요…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지나가던 나그네..
2009. 03. 10.#
가즈랑
소여물 // 그다지 정보가 될만한 글은 없지만 좋은 인상을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기여한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쓸 수 없는 글이겠지만요. 나중에는 꼭 소망하는 LaTeX으로 글쓰기를 하실 수 있기를.
2009. 03. 10.#
Kenny
식품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입니다. 2년전 까지 외국인(정확히는 독일인)이 연구소장이셨습니다. 그 분과는 친구처럼 지냈습니다만, 독특한 업무 패턴을 보이셨습니다. 실험을 하신 후에는 반드시 리포트를 작성한다(연구소의 header 임에도 말이지요). 리포트는 항상 Latex 을 사용한다. Latex 과 Fortran(복잡한 방정식 계산을 위한 라이브러리를 돌리기 위해서라 했습니다.)을 사용하기 위해 Windows 플랫폼에 Cygwin 을 설치해서 사용했습니다. 흠 굳이 윈도우즈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리눅스이거나 매킨토시라도 상관은 없다고…
2009. 11. 20.전반적으로 그 분은 한국사람들에 비해 좀더 아날로그 적이었다라고나 할까요.
덕분에 지금은 저도 Latex 을 사용합니다만,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99% 들어본 적도 없다 하더군요. 그래서 사용하기를 권해보지만, 역시나 “왜 꼭 굳이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지요 ? “ 라고 물어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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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Kenny // 실제로 써보기 전까지는 저도 LaTeX을 꼭 사용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너무 복잡하고(흔히 진입장벽이 높다고 표현하는..) 조금 입맛에 따라 바꾸고 싶을 땐 참고할 만한 자료가 꼭 옆에 있어야 했거든요. 지금은 한글표현도 별다른 작업 없이도 가능하고, 다국어표현도 훨씬 수월하게끔 업그레이드 되었더군요. 저는 LaTeX을 예전만큼 자주 쓸 일이 없어서 명령어도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Kenny님처럼 자료를 LaTeX으로 작성하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
2009.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