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천사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느 때처럼 지갑을 꺼내 미리 교통카드를 준비하려던 참이었다. 그다지 오래된 지갑은 아닌데, 얼마전 이음새가 조금 찢어져서 내내 신경이 쓰였었다. 그런데 바로 그 지갑 안에 들어있던 동전들이 쨍그랑 떨어지며 세갈래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손에는 핸드폰도 있고 지갑도 있고 게다가 우산까지 있어 재빨리 줍기가 어려웠다. 참 난감한 상황.
이럴땐…왜인지 모르지만 시야가 참 좁아지는데, 뜻밖에도 그때까지 보이지 않았던 어떤 고사리같은 손이 동전을 주워서 내게 건네줬다. 마침 옆을 지나던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어색한 동작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는데 부끄러운지 벌써 저만치 가버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런 선행은 익혀서 나온 것일까 본성에서 나온 것일까 궁금했었다.
사소한 이 일이 기억에 남은 건, 나도 얼마전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만났었는데, 그땐 무심히 지켜보기만 했었던 까닭이다. 사람이 많지 않던 버스 안, 앞좌석 쪽에서 어느 아주머니의 사과봉투에서 큼지막한 사과들이 갑자기 쏟아져 버스를 돌아다녔다. 이런 일일수록 재빠르게 도와줘야 하는데, 늘 있지도 않은 체면을 그다지도 깊게 생각하면서 시기를 놓치고 이렇게 후회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