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을 쓴다는 것
새로 나온 iPad를 보니 내 친구(H)가 생각난다. H는 2003년에 내가 iBook을 쓰고 있을 때 Thinkpad를 구입했던 친구다. 그때 나는 매킨토시에 푹 빠져있던 대학생이었고, H는 가볍고 쓸만한 새 노트북을 알아보고 있었다. 맥을 써보라는 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비록 아름다운 Mac OS X 운영체제가 맘에들긴 하지만 ‘호환성‘문제가 걸린다는 이유로 Thinkpad X40을 샀다. 컴퓨터에 대해 그다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하던 친구라 노트북 고쳐주러 몇번 방에 들렀던 기억도 난다.
H가 미국 유학을 간 뒤로는 연례행사처럼 가끔 만나곤 하는데 지난달 만났을 땐 사뭇 색다른 경험을 했다. 고백할 것이 있다면서 말을 꺼냈는데, 자기가 얼마전에 알루미늄 맥북 프로 13인치를 사서 논문 쓰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거였다. LaTeX을 작성하는 프로그램 때문에 Parallels(가상 윈도우 구동 프로그램)도 구입해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니..그렇게 권할 때는 결정을 못내렸던 사람이 미국에 가더니 뭔가 바뀐건가? 그리고 그때 나도 고백을 했다. H야, 사실 나 매킨토시 이제 안쓰고 윈도우 깔린 노트북 써. OS X 아니어도 쓸만하더라.
예전에 내가 매킨토시를 쓰고 있을 땐 맥을 신기해하는 친구들에게 애플에 대해 상당히 후한 평가를 했었다. 애플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지금 맥북 프로를 쓰고 있다고 말하는 H의 기쁜 목소리에는 예전 나도 가지고 있었던 뭔가가 담겨 있다. 아니 이 아름답고 우아한 기계를 안쓰고 있단 말이야?
윈도우 유저로 돌아온 난 이제 애플 제품이라고는 iPod만 달랑 가지고 있다. 내가 결정적으로 맥을 떠났던 이유는 밉기만 한 한글 글꼴 때문이었다. 애플 운영체제의 기본 서체는 OS X이 나온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애플고딕이다. 아마도 iPad도 마찬가지일듯. iPad는 분명 매력적이고 사야만 하는 여러 이유를 가지곤 있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싫어하는 이런 작은 이유로 그다지 끌리진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지 비스타/Win7의 맑은고딕을 뛰어넘는 고품질의 서체가 들어간다면 또 모를일이다.
H에게 혹시 어제 iPad발표 이벤트를 생중계로 지켜봤는지 물어봐야겠다.
(업데이트 : H는 그렇게 했습니다.)
